공익활동의사람들

HOME 공익활동 공익활동의사람들

[2026 OHMYNews] 소셜디자이너 인터뷰 - 임승휘 끼리우리 대표

작성자 : public 작성일 : 2026.10.19 조회수 : 32

대구는 빠르게 나이 들고 있습니다. 2025년 말 기준, 대구에 살고 있는 청년은 56만 명, 65세 이상 시민은 52만 명입니다. 청년 유출이 늘고 고령 인구 역시 증가하며, 두 세대는 한 도시에서 비슷한 규모로 살고 있습니다. 청년의 정착과 노년층의 돌봄을 위한 정책은 많습니다. 하지만 함께 사는 세대가 어떻게 만나고 관계를 맺을지는 상대적으로 덜 질문되어 왔습니다. 대구에서 역사와 사회를 가르쳐온 임승휘 대표도 교실에서 비슷한 장면을 발견했습니다. 수업 내용은 같은데 왜 교실은 늘 초등생, 중고생, 주부, 노년층… 나이와 세대에 따라 나뉠까?

이 질문은 끼리우리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끼리우리는 '끼리끼리'인 사람들이 모여 '우리'가 되자는 뜻입니다. 끼리우리는 대구 시민의 대화와 만남을 설계합니다. 얼굴도 이름도 성별도 모르는 청년이 고민을 보내면, 중장년과 노년층 '인생 선배'가 답장하는 세대 소통 프로젝트 '우리편지'에는 지금까지 1천 명이 넘는 시민이 참여했습니다. 도시 안에서 세대별로 나뉜 공간과 관계 사이, 그 빈 틈에 대화의 자리를 만드는 소셜디자이너. 끼리우리 임승휘 대표를 대구 북구청년꿈드림센터에서 만났습니다.

 

문제는 세대가 아니라 대화의 부재

▲ 청년의 고민편지에 인생 선배가 답장하는 ‘끼리우체통’이 설치된대구 북구청년꿈드림센터에서 만난 임승휘 끼리우리 대표 ⓒ 희망제작소


- 끼리우리를 함께 만들어 운영하고 있는 김기재 공동대표님과도 세대가 다르다고요.

"저는 80년대 초반, 김기재 대표는 90년대 초반에 나고 자랐으니 팀에서도 세대 간 소통과 공감이 필요했죠(하하). 세대 단절에 문제의식을 느끼던 무렵에 김기재 대표를 알게 됐어요. 외부 강의를 같이 다니느라 한 차로 오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대화할 시간이 많았는데, 서로 생각이 다른게 불편하거나 답답하지 않고 오히려 재밌더라고요! '끼리우리'가 만들고 싶은 관계를 먼저 경험한 셈이죠. 모두 같은 생각에 이르는 게 아니라, 생각이 달라도 대화를 멈추지 않는 게 '진짜 소통'이라는 걸 체감했어요. 우리가 사는 대구에 이런 관계가 더 많이 만들어지면 좋겠다, 우리 스스로에게도 그런 관계가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끼리우리'라는 단체를 만들어 활동을 시작하게 됐죠."

 

▲ 대구시민공익활동지원센터 '씨앗' 사업에 선정되며 '세대 간 소통'의 물꼬를 튼 끼리우리. 90년대생 김기재 대표(오른쪽에서 두 번째)와 80년대생 임승휘 대표(오른쪽 끝) 역시 서로 다른 세대로, 대화를 통해 관점을 넓히는 소통의 즐거움을 직접 실천하고 있다. ⓒ 끼리우리

 

▲ 대구 구도심의 문화공간 '대화장'에 모여 식사를 나누며 세대 간의 벽을 허무는 모습. 끼리우리는 2024년 한 해 동안 MBTI부터 가치관, 정치까지 다양한 주제로 생각을 나누는 '세대 통합을 위한 대화의 장'을 총 6회에 걸쳐 진행했다. ⓒ 끼리우리

- 그렇게 시작한 끼리우리의 첫 활동이 '리버스 멘토링'이군요. 청소년과 청년이 어르신에게 키오스크 사용법을 알려주는 일이었다고요.

"김 대표가 일하던 대구 YMCA 1층 무인 카페에 어느날 3천 원과 쪽지가 하나 놓여있더래요. 키오스크로 주문하지 못해 공간만 이용했다며 커피값을 두고 가셨대요. 사회에서 조금씩 밀려날 때 느껴지는 아쉬움, 조심스러움, 답답함이 전해져서 마음이 쓰였어요. 그래서 끼리우리 첫 활동으로 청소년, 청년이 어르신에게 키오스크 사용법을 알려주는 프로그램을 열었어요. 도서관에서 사용법을 익히고 근처 롯데리아에서 실제로 주문도 해보고요.

마치고 다같이 햄버거를 먹는데, 한 어르신이 '내 자식하고도 이런 데 와서 이만큼 얘기해본 적이 없다'고 하시더라고요. 학생들 반응도 의외였어요. 자신이 어르신에게 무언가를 알려드리고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재밌고 신기했나봐요. 디지털 기술 격차가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모르는 것을 편하게 묻고, 서로 가진 것을 주고받을 관계가 부족한 사회가 진짜 문제였던 거죠."

- 그래서 이후에는 여러 세대가 만나는 대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게 된 거군요! 어르신과 청년이 스파게티를 먹으며 MBTI, 퍼스널컬러를 주제로 대화를 나눠보자는 기획이 재밌어요.

"세대 간 단절, 대화 부재가 진짜 문제라는 걸 깨닫고 대화 모임을 시작했어요. 대구 원도심 '대화장'에서 MBTI와 퍼스널컬러 같은 가벼운 주제로요. 만남이 이어지다보니 대화가 자연스럽게 결혼, 출산, 가치관, 지역 이탈 같은 주제로 넓어지더라고요. 마지막엔 정치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봤어요. '우리에게는 왜 정치가 필요한가'에서부터 시작하니 누가 옳다, 그르다 다툼 없이 잘 진행되더라고요.

반응이 좋아서 활동 첫 해였던 2024년에만 대화 프로그램을 6번이나 열었어요. 처음부터 '세대 갈등에 대해 토론합시다', '정치 얘기 해봅시다' 했으면 아무도 오지 않거나, 앉아서도 아무도 말 안했을 거예요. 가벼운 이야기에서 시작해, 생각이 달라도 관계를 끊지 않고 말해보는 경험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러면서 대화에도 설계가 필요하다는 확신을 갖게 됐죠."

"당신만의 고민이 아니다"라는 공감을 담은 편지의 힘

 ▲ “기계를 사용하지 못해서 공간만 이용했습니다. 커피값을 두고 갑니다.” 도서관 무인카페에 남겨진 메모 한 장에서 끼리우리의 첫 활동 ‘세대 소통을 위한 리버스 멘토링:키오스크’이 시작됐다. ⓒ 끼리우리


- 지난 해부터는 청년의 고민 편지에 인생 선배가 답하는 '끼리우체통 우리편지' 프로젝트를 시작하셨다고요.
 

"청년이 고민을 익명으로 보내면 중장년, 노년층 '인생 선배'가 자기 경험을 담아 손편지로 답하는 프로그램이에요. 서로 얼굴과 이름은 알지 못해요. 대구 곳곳에 설치된 끼리우체통이나 온라인으로 편지를 보내면, 우편이나 이메일로 손편지 답장을 보내줘요. 곧바로 '청년에게 답장을 써보라'고 하진 않아요. '좋은 의도'만으로는 진심으로 공감하고 소통하는 답장이 나오지 않더라고요. 이런 시행착오를 겪으며 교육까지 개발하게 됐죠.

첫 시간에는 과거와 현재의 나를 돌아보고, 두 번째 시간에는 요즘 청년의 삶을 살펴봐요. 이 과정을 거치면 세 번째 워크숍에서 청년의 고민편지를 나눠 받고 답장을 쓰게 돼죠. 지난해 편지를 중심으로 사업을 구조화한 뒤, 대구 약 70개 공간에 QR코드와 실물 우체통을 설치했고, 고민 편지와 답장 500여 통을 모았어요. 직접 워크숍을 운영한 것도 30회가 넘어요. 전시와 토크콘서트로 만난 시민들까지 합치면 1000명을 만난 셈이죠."

- 어떻게 세대소통의 도구로 '편지'를 생각하게 된건가요?

"강의 하며 만난 청소년, 청년들이 '고민을 물어볼 어른이 없다'는 말을 자주 했어요. 주변에 어른이 있어도, 가까운 관계라 오히려 꺼내기 어려운 이야기도 있잖아요. 반면에 중장년, 노년층 인생 선배들은 본인의 경험이나 지식이 필요 없거나 잔소리로 들릴까봐 망설이고 있었고요. 이들을 연결하려면 '편지'만큼 좋은 도구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서로의 얼굴과 직업, 나이, 성별을 모르니, 상대를 미리 판단하지 않고 편지 안 고민과 경험이 오히려 더 선명해져요. 익명이어서 더 솔직해질 수 있고, 얼굴을 마주하기 어려운 사람에게는 대화를 시작할 적당한 거리도 만들어주죠. 특히 대구는 흔히 '두 다리 건너면 다 아는 사이'라고 할 만큼 관계망이 촘촘한 도시에요. 가까운 관계가 있다는 건 끈끈하고 든든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진심을 드러내기 조심스럽다는 뜻이기도 하잖아요."

- 청년의 고민편지와 인생 선배의 답장에는 실제로 어떤 내용들이 담기나요?

"취업, 직장 생활, 연애, 가족 관계처럼 청년들이 일상에서 겪는 고민이 많아요. 서로의 나이와 성별, 직업을 모른 채 고민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너만의 문제가 아니다', '나도 비슷한 시간을 지나왔다'는 공감이 가능하고, 결국엔 대구라는 이 도시에서 혼자가 아니라는 감각으로 이어져요. 한 번은 질병을 겪는 20대 청년의 편지에 답장을 쓴 어르신이 '더 이야기하고 싶으면 연락하라'며 개인 휴대폰 연락처를 적기도 하셨어요. 번호는 지우고 보냈지만, 편지 몇 줄만으로 얼굴도 모르는 사람의 사정을 자기 일처럼 받아들일 수 있다는 사실이 감동적이었어요.

또 한 번은 탈모 고민을 보낸 청년이 있었어요. 답장을 쓰는 어르신이 인터넷과 AI로 한참 검색하고 주변에 물어 병원과 가발 정보까지 추천해주셨어요(하하). '꼭 해결책을 제시할 필요는 없다'고 말씀드리지만, 답장 쓰는 분들은 낯선 청년의 고민이라도 허투루 넘기지 않아요. 진심이 담긴 공감에서 나오는 해결책은 '잔소리'와는 다른 무게와 감정이 담기더라고요."

청년과 시니어의 편지를 도시의 대화로 넓히는 방법

▲ 청년의 고민 편지에 인생 선배가 손편지로 답장을 보내는 '끼리우체통 우리편지' 워크숍 현장. 익명의 편지를 매개로 서로 다른 세대가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고 있다. ⓒ 끼리우리


- 고민 편지로 수성대학교에서 토크콘서트까지 열게 된 사연도 궁금해요.

"'우리편지' 사업을 시작하면서 청년이 모이는 데라면 무조건 다 찾아 갔어요. 수성대학교에도 청년이 많을테니 무작정 사업기획안이랑 엽서, 우체통만 들고 사무처로 찾아갔죠. 학교 담당자분이 저희 활동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이시면서 '학교에 성인학습자가 많아 프로그램이 필요했는데 너무 잘 맞을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학령인구가 줄고 고령화되면서 중장년·노년층 만학도 비율이 높아졌더라고요. 청년은 기대했던 대학 생활과 다른 모습에 낯설어했고, 만학도는 괜히 말 걸었다가 부담될까봐 망설이고 있더라고요. 같은 학교에 안에서도 세대 별로 '끼리끼리' 있던 거예요.

그래서 끼리우체통이 딱이겠다 싶었어요. 우체통 설치에 그치지 않고, 청년의 고민을 읽은 만학도가 '인생 선배'로 답하는 워크숍까지 제안했어요. 참여해주신 만학도가 약 50여 명 정도였는데, 그 규모로 2회차나 했죠. 호응을 얻으면서 확장 제안을 주셔서 편지 속 사연을 나누는 토크콘서트까지 열게 됐어요. 300명 정도 참석한 큰 행사였죠. 우체통만 설치하고 돌아왔다면 학내의 끼리끼리를 연결할 생각은 못 했을 거예요. 현장의 상황과 필요에 맞게 프로그램을 바꿨기에 발견한 가능성이었죠."

- 끼리우리 프로그램에 참여한 시민들은 '참가자'에 머물지 않고, 다음 활동을 함께 만드는 동료가 되는 것 같아요.

"저희 프로그램은 시민의 이야기가 없으면 존재할 수가 없어요. 완성된 프로그램을 시민에게 일방적으로 제공하고 싶지 않아요. 저희 것을 고집해야한다고 생각하지도 않고요. 시민분들이 자신의 경험과 전문성을 살려 의견을 주시면, 저희도 새로운 방법을 배우고 활동에 적용해야죠. 올해는 편지 쓰기를 소통의 종착지가 아니라 대화를 시작하는 계기로 부각시키려해요. 중장년 고민에 청년이 답하거나, 편지로 연결된 사람들이 취미와 산책까지 함께하는 오프라인 모임도 해보려고요. 현장의 작은 변화, 시민의 의견을 살피고 다음 활동에 반영할 때 저희가 만드려는 변화가 더 확실해진다고 생각하거든요."

 

▲ 수성대학교 축제 현장에서 열린 '세대 공감 토크콘서트'에서 청년과 만학도가 서로 주고받은 고민과 경험담이 사연으로 나누어지고 있다. ⓒ 끼리우리

 

▲ 대구 2호선 범어역 문화예술공간 대구아트웨이에서 개최된 '세대를 잇다, 끼리우체통 우리편지' 전시회. 청년과 중장년·노년층이 편지로 주고받은 고민과 공감의 문장들이 지하철역 이용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 끼리우리


세대별 연결로 '끼리' 나뉘지 않는 도시를 상상하다

- 편지 한 통으로 세대 단절이라는 큰 문제를 바꿀 수 있느냐는 질문도 받을 것 같아요. 활동 3년 차인 만큼 지속하는 방법도 고민하고 계실 테고요.

"당연히 편지 한 통으로 세대 통합, 고립 문제를 해결할 순 없겠죠. 하지만 위로받은 청년이 누군가의 좋은 선배가 되고, 청년의 고민을 읽은 중장년이 주변의 젊은 사람을 다르게 바라볼 수는 있지 않을까요? 지금 가장 우선 순위 과제는 팀원들에게 정당한 보상을 제공하는 자원 마련이죠. 처음에는 개인적인 재미와 보람에서 시작했지만, 이제 팀이 생기면서 책임감도 커지더라고요. 공익성을 지키는 일과 돈을 버는 일을 서로 반대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이 활동이 대표와 팀원의 일이 되어야 오래 이어갈 수 있으니까요."

- 앞으로 끼리우리가 만들고 싶은 대구는 어떤 모습인가요?

"대구에서 '연결', '소통'하면 끼리우리가 떠오르면 좋겠어요. 여러 세대가 자연스럽게 머무는 공원에서 축제도 열어보고 싶고요. 청년만 오는 박람회나 시니어만 오는 행사가 아니라, 세대 경계 없이 자연스레 말을 섞으며 안전하게 소통과 공감을 경험하는 축제를 만들어보고 싶어요. 더 먼 미래에는 나이와 관계없이 자유롭게 드나드는 '소통센터'가 있으면 좋겠어요. 대구 시민 누구나 강사, 기획자가 되어 자신이 잘하는 것을 가르치거나 함께하고 싶은 프로그램을 열 수 있는 공간이요. 끼리끼리 나뉜 사람들이 한 번이라도 우리가 되어보는 경험이 이어지는 대구를 상상하며 계속 접점을 만들어가야죠." 

 

▲ “돌아보니 용기가 생겨서 시작한 것이 아니라, 시작했기 떄문에 조금씩 용기가 생겼던 것 같아요” 낯선 청년의 고민에 진심을 담아 꾹꾹 빼꼭하게 눌러쓴 손편지. 한 사람의 경험과 공감이 또 다른 이에게 전해지며, 대구라는 도시 안에 서로를 따뜻하게 연결하는 대화의 고리가 만들어지고 있다. ⓒ 끼리우리


🔆 끼리우리와 연결되기
✅ 홈페이지 : https://kiiriuri.com/
✅ SNS(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uri_kiiriuri

 

 

 

출처: <ohmynews> 고민을 적어 넣으면 편지가 옵니다 / 임승휘 끼리우리 대표

고민을 적어 넣으면 편지가 옵니다

 

태그
공유하기 네이버 네이버 네이버 네이버 네이버 네이버 네이버 네이버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