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활동의사람들

HOME 공익활동 공익활동의사람들

[2026 공익씨앗 뉴스민] 끼리우리 임승휘, 김기대 공동대표

작성자 : public 작성일 : 2026.10.19 조회수 : 34

‘과거의 나’에게 ‘현재의 나’가 편지를 썼다.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청년의 고민을 읽은 한 중장년 참여자는 수신인과 발신인에 그렇게 각각 적었다. 청년의 사연에서 힘겨웠던 자신의 젊은 시절을 발견한 것이다. 그는 “그 시간, 그 일, 그 행동들이 나를 단단하게 했고 아름답게 만들었다”며 거친 바람을 견딘 과거가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다는 위로를 전했다. 청년을 위로하려고 시작한 편지는 세월을 건너 과거의 자신을 돌아보게 했다.

끼리우리 대표 임승휘(44) 씨는 “청년이 고민을 털어놓으면 당연히 답장을 받는 청년이 위로받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편지를 쓰는 어른들이 오히려 위로받는 모습을 봤다”며 “청년의 고민에서 자신의 젊은 시절을 발견하고, 누군가에게 경험을 나눠줄 수 있다는 데서 유능감도 느끼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대구에서 세대소통 활동을 하는 ‘끼리우리’는 청년의 고민을 온·오프라인 우체통으로 받아 중장년·노년층이 손편지로 답하는 ‘끼리우체통 우리편지’를 운영한다. ‘끼리우리’는 ‘끼리가 모여 우리가 된다’는 뜻이다. 서로를 ‘요즘 애들’이나 ‘꼰대’라는 말로 뭉뚱그리는 대신, 각자의 경험과 사연을 나눌 기회를 만들자는 취지를 담았다.

▲프리랜서 역사·사회 강사인 임승휘(44, 왼쪽) 씨는 2024년 김기재(34, 오른쪽) 씨와 함께 ‘끼리우리’ 공동대표로 활동을 시작했다. 청소년상담사인 김 씨와 진로교육 강의를 함께 다니며 나눈 대화가 출발점이었다.

키오스크 사용 못한 어르신이 남긴 쪽지와 지폐

프리랜서 역사·사회 강사인 임 씨는 2024년 김기재(34) 씨와 함께 ‘끼리우리’ 공동대표로 활동을 시작했다. 청소년상담사인 김 씨와 진로교육 강의를 함께 다니며 나눈 대화가 출발점이었다. 학교에서는 청소년들이 어른을 비하하는 말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고, 일상에서는 키오스크 같은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지 못해 곤란을 겪는 노년층을 봤다. 두 사람도 열 살 차이가 난다. 같은 사회문제를 두고 30대와 40대가 바라보는 시선은 달랐지만, 차 안에서 긴 시간 대화하다 보면 서로의 생각을 이해하고 합의점을 찾을 수 있었다.

임 씨는 “서로 다른 세대가 같은 주제를 두고 이야기할 자리가 생기면 지역사회의 단절도 조금은 줄어들지 않을까 했다”며 “같은 내용의 강의를 어린이·청소년·성인·노년층에게 따로 하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여러 세대가 한자리에 모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끼리우리는 2024년 대구시민공익활동지원센터의 시민공익활동 아이디어 ‘씨앗’ 지원을 받아 활동을 시작했다. 그해 5월 8일 청년과 어르신 약 10명이 국채보상운동기념도서관에서 키오스크 사용법을 익힌 뒤 인근 햄버거 가게로 이동했다. 어르신들은 청년의 도움을 받으며 직접 음식을 주문했다. 주문을 마친 뒤에는 학교생활과 일상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첫 활동이 청년이 어르신에게 키오스크 사용법을 알려주는 ‘리버스 멘토링’이 된 이유는 한 어르신이 남긴 쪽지 때문이다. 김 대표의 직장 1층 무인카페에서 한 어르신이 기계 사용법을 몰라 음료를 사지 못한 채 20분가량 머물다 돌아간 상황을 접하게 됐다. 김 대표는 “키오스크를 사용하고 싶으셨는데, 결국 사용을 못하고 돌아간다는 내용의 쪽지였다. 공간은 이용했으니 지폐와 함께 남겨놓은 거였다”며 “키오스크 같은 디지털 기기 사용법을 어르신들에게 알려드리면 어떨까 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활동을 이어가며 함께 밥을 먹고 여러 주제로 이야기해보니, 어르신들은 젊은 사람과 대화할 기회가 없는데 좋다고 했다”며 “청년들은 어른들과도 의외로 대화가 잘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때부터 기술교육보다 소통 자체에 더 집중하게 됐다”고 했다.

▲첫 활동이 청년이 어르신에게 키오스크 사용법을 알려주는 ‘리버스 멘토링’이 된 이유는 한 어르신이 남긴 쪽지 때문이다. 김 대표의 직장 1층 무인카페에서 한 어르신이 기계 사용법을 몰라 음료를 사지 못한 채 머물다 돌아간 상황을 접하게 됐다. 당시 어르신이 남긴 쪽지와 지폐.

말하기 어려운 고민, 편지로 건네다

씨앗 활동은 같은 해 공익센터의 ‘비영리공익활동스타트업’ 지원으로 이어졌다. 키오스크 교육을 넘어 결혼관과 정치, 계층이동, 지역의 역사 등 다양한 주제로 대화의 장을 열었다. 싸움이 날까 봐 피하던 정치 이야기도 특정 정당에 대한 찬반 대신 ‘왜 정치가 필요한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했다. 임 대표는 “민감한 주제라도 막상 이야기를 시작하니 어려운 이야기가 아니었다. 참여자들도 ‘이런 방식으로 정치 이야기를 해도 되는구나’라고 받아들였다. 갈등 자체를 피하기보다 대화를 통해 이해할 지점을 찾는 것이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직접 만나는 대화는 의미가 있지만, 처음 보는 사람 앞에서 깊은 고민까지 털어놓기는 어려웠다. 끼리우리는 2025년 공익센터 ‘좋은변화실험실’에 참여하면서 대화의 매개를 편지로 바꿨다. 청년이 익명으로 고민을 보내면 ‘우리편지단’에 참여한 중장년·노년층이 답장을 쓰는 ‘끼리우체통 우리편지’다.

청년들의 편지는 주로 온라인으로 들어왔다. 취업이 되지 않는다는 고민, 직장 상사와 갈등, 하고 싶은 일과 안정적인 직장 사이의 선택, 결혼을 원하지 않지만 부모의 압박을 받는 문제, 육아의 어려움과 가족 갈등 등 내용은 다양했다. “좋은 아빠가 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고민에, “이미 그런 고민을 한다는 것 자체가 좋은 아빠가 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답장하기도 했다. 임 대표는 “답장을 쓰는 분들께 문제를 대신 해결하려 하기보다 먼저 공감하고, 부정적인 말 대신 응원과 긍정의 언어를 사용해달라 등 주의사항도 미리 전한다”고 했다.

중장년들은 얼굴도 모르는 청년 한 사람을 위해 자신의 경험을 꺼내고, 필요한 정보를 직접 찾아가며 답장을 썼다. 한 참여자는 탈모를 걱정하는 청년에게 도움이 될 병원과 가발 정보를 일일이 찾아 정리했다. 또 다른 참여자는 자신의 전화번호까지 적으며 고민이 해결되지 않으면 연락하라고 했다. 운영진은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전화번호를 지웠지만, 그만큼 청년의 고민에 깊이 마음을 쏟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임 대표는 “어르신들은 한 글자씩 눌러 쓰며 진심으로, 자신의 삶을 담아 답장하더라. 몇 장씩 꾹꾹 마음을 눌러 손편지를 쓰는 분도 계셨고, 청년의 고민에서 자신의 과거를 발견해 그때의 자신에게 답하는 마음으로 편지를 쓴 분도 있었다”며 “한 청년은 부모에게도 듣지 못한 공감의 말을 받았다며 고마움도 전했다”고 했다.

임 대표도 “청년이 일방적으로 어르신을 돕는 시간이 아니었다. 어르신에게도 청년에게 전해줄 경험이 있었고, 청년 역시 자신이 잘하는 일을 나눌 수 있었다”며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존재라는 걸 확인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청년이 익명으로 고민을 보내면 ‘우리편지단’에 참여한 중장년·노년층이 답장을 쓰는 ‘끼리우체통 우리편지’ 활동을 하고 있는 중장년층 모습. (사진= 대구시민공익활동지원센터)

편지가 전시와 축제로…“좋은 어른이 많다는 걸 알게 돼”

끼리우리는 편지를 주고받는 데서 그치지 않고 청년의 고민과 인생선배의 답장을 전시와 공연으로 확장했다. 수성구 범어역 지하 범어아트웨이에서 편지 전시회를 열고, 수성대학교에서는 편지 낭독과 공연을 결합한 행사를 진행했다. 2026년에도 수성대학교와 신천도서관, 데스커 라운지, 중구청년센터 등에서 활동을 이어갔다. 중구청년센터에서는 10대 ‘예비 청년’과 20대 청년이 서로의 고민과 경험을 나누는 토크 프로그램을 열었다. 세대 차이가 청년과 노년 사이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인접한 연령대 사이에도 존재한다는 점에 주목한 활동이다.

임 대표는 “활동에 참여한 한 참여자가 ‘좋은 어른들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고 한 말도 기억에 남는다”면서 “생각해보면 뉴스나 온라인에서는 문제를 일으킨 청년이나 어른이 주로 보이지않나. 그러다 보니 다른 세대에 대해 잘 모르고 막연히 혐오하기도 한다. 그러나 실제로 만나보면 좋은 청년과 좋은 어른이 훨씬 많은 것 같다”고 강조했다.

‘끼리우리’는 2025년 활동을 인정받아 대구시민공익활동 최우수상을 받았다. 공익센터의 지원은 두 사람이 만든 작은 모임이 단체로 자리를 잡는 과정에도 힘이 됐다. 씨앗 사업으로 첫 활동을 시도한 뒤 비영리공익활동스타트업을 통해 선배 활동가의 상담과 교육을 받으며 활동 목표를 ‘세대통합’에서 ‘세대소통’으로 구체화했다. 좋은변화실험실 지원금은 공간 대관과 강사비, 전시, 참여자 식사 등에 활용했다. 현재는 공동대표와 강사·도슨트 등 약 10명의 구성원이 본업과 병행하며 활동한다.

임 대표는 “처음에는 재미있는 일을 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고, 공익활동이 무엇인지도 잘 몰랐다. 공익센터의 지원이 없었다면 모임이 단체로 성장하고 3년 동안 활동을 이어가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끼리우체통’은 이달 4일과 11일 두 차례  데스커라운지에서, 22일 수성대에서도 세대공감을 위한 편지쓰기 활동을 차례로 진행한다.

“더 많은 좋은 청년과 좋은 어른이 만났으면”

임 대표는 여전히 하고 싶은 일이 많다. 중장년·노년층의 고민에 청년이 답장하는 프로그램도 고려하고 있다. 10년 안에는 어린이와 청년, 중장년과 노인이 한 공간에서 취향과 활동을 나누는 ‘세대소통센터’를 대구에 만드는 것이 목표다.

김 대표도 끼리우리만의 세대소통 방식을 만드는 일이 앞으로의 과제라고 했다. 그는 “소통이라는 말은 모든 것을 포함할 만큼 넓고 막연하다”며 “서로 이해하기 어려웠던 점을 질문으로 모아 다른 세대가 답하거나, 청년이 어르신에게 인공지능 활용법을 알려주면서 삶을 기록하는 ‘AI 자서전’처럼 끼리우리만의 프로그램을 구체화하고 싶다”고 했다.

지속가능성은 앞으로 남은 과제다. 초기 단체를 위한 지원은 있지만 활동이 3년 이상 이어지면 신청할 수 있는 지역 지원사업은 줄어든다. 끼리우리는 대학과 기업에 세대소통 프로그램을 제안하고, 구성원에게 최소한의 강사비를 지급하면서 공익성과 수익을 함께 유지할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임 대표에게 끼리우리 활동은 자신이 나이 들어가는 방식을 고민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는 “이 활동을 하지 않았다면 내 나이와 위치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청년과 어른 사이에서 서로의 이야기를 전하고, 나도 누군가에게 좋은 말을 건네는 멋진 어른으로 나이 들고 싶다”고 말했다.

“세대 차이를 완전히 없앨 수는 없어요.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아왔으니 소통이 쉽지 않은 건 당연합니다. 하지만 직접 이야기를 나누면 ‘그럴 수도 있구나’ 하고 이해하게 됩니다. 더 많은 사람이 좋은 청년과 좋은 어른을 만나는 경험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출처: <뉴스민> 공익씨앗 5 / 끼리우리 임승휘, 김기대 공동대표

[공익씨앗] ⑤ ‘요즘 애들’과 ‘꼰대’ 사이, 편지가 오갔다 | 뉴스민

태그
공유하기 네이버 네이버 네이버 네이버 네이버 네이버 네이버 네이버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