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 공익씨앗 뉴스민] 바리바리 최송은
작성자 : public 작성일 : 2026.10.19 조회수 : 33
최송은 씨(33)는 2019년 대구의 카페 40여 곳을 찾아다녔다. 음료를 주문한 뒤 가게가 한가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일주일 동안 손님에게 플라스틱 빨대를 먼저 주지 말고, 원하는 사람에게만 제공해보자는 제안이었다. 가게가 바빠 끝내 말을 꺼내지 못하고 돌아온 적도 있었고, 번거로운 일을 만들고 싶지 않다며 거절하는 업주도 있었다.
반면 환경을 위해 무언가 해보고 싶었지만 방법을 몰랐다며 반기는 이들도 있었다. 수많은 일회용품 중 빨대를 고른 이유는 가장 쉽게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다. 최 씨는 “처음부터 일회용 컵을 없애자고 하면 가게도 손님도 어렵고 부담스럽다. 빨대는 작고, 없어도 음료를 마실 수 있으니 한번 시도해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테이블에는 ‘오늘 하루만 빨대 없이 마셔보는 건 어떠세요?’라는 문구를 붙였다”고 설명했다.
최 씨의 발품으로 시작된 ‘빨대 없는 카페’는 대구시민공익활동지원센터의 2019년 ‘씨앗’ 지원을 받아 구체적인 활동이 됐다. 지원금으로 쌀 빨대와 안내 포스터 등을 마련했고, 카페 8곳이 활동에 동참했다. 참여 카페들은 일주일 동안 빨대를 기본으로 제공하지 않았고, 꼭 필요한 손님에게는 쌀로 만든 대체 빨대를 건넸다. 빨대 사용량을 정확히 집계하지는 못했지만, 참여 업주들은 먼저 주지 않으니 빨대를 요구하는 손님이 예상보다 많지 않았고 사용량도 크게 줄었다고 전했다. 이 실험은 최 씨에게 ‘해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줬다.
당시 최 씨는 대구녹색소비자연대에서 상근활동가로 일하고 있었다. 텀블러와 개인 용기를 들고 다닐정도로 쓰레기 감축에 진심이었지만, 혼자만의 의지로는 번번이 벽을 느꼈다. 최 씨는 “대구에선 제로웨이스트가 생소할 때라 소비자가 아무리 ‘용기내’도 가게가 인식이 없으면 실천이 쉽지않다고 느꼈다”며 “소비자만 바뀔게 아니라 물건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인들과 함께 뭔가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빨대에서 가게 전체의 쓰레기로
첫 실험의 가능성을 확인한 최 씨는 빨대에서 비닐과 포장재, 에너지 사용 문제로 활동 범위를 넓혀 나갔다. 2020년에는 공익센터의 ‘사회혁신실험실’ 지원을 받아 가게의 포장재와 에너지 사용, 쓰레기 발생 현황을 시민과 함께 조사했다. 용기 대여, 종이팩 회수, 비닐과 포장재 줄이기처럼 각 가게가 실천할 수 있는 방법도 찾았다.
이어 2021년엔 공익센터 ‘좋은변화실험실’ 지원을 받아 40여 개 상점이 한 달 동안 일회용품과 포장재를 줄이는 ‘오늘도 바리바리’를 진행했다. 참여 방식은 가게마다 달랐다. 음식을 다회용기에 포장해주거나 개인 용기를 가져온 손님에게 할인 혜택을 제공했다. 채소 가게에는 비닐봉지 대신 쓸 수 있도록 신문지 가방을 접어 전달했다. 카페에서는 원두나 식재료를 개인 용기에 담는 방법을 사진으로 소개했다. 또 일회용품을 적게 사용하거나 소비자가 가져온 개인 용기를 받아주는 가게를 찾아 시민에게 소개하고, 이를 서로 연결하는 ‘아까와 가게’ 소개 활동도 했다.
일회용품을 줄일 때마다 가게 앞 포스터에 표시하도록 해 변화를 집계했다. 한 달 동안 확인된 일회용품 감축량은 최소 1,146개였다. 시민이 표시하지 않은 경우도 있어 실제 감축량은 더 많았을 것으로 추정했다. 종이팩 1,900개, 약 55kg도 회수했다.
최 씨와 동료들은 가게를 돌며 종이팩을 직접 수거한 뒤 주민센터에서 화장지로 교환해 쪽방 주민들에게 전달했다. 최 씨는 “쪽방에 사는 주민들이 기후위기 취약계층으로 기후위기로 인한 변화에 더 큰 피해를 입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자원순환의 혜택이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이었다”고 했다.
이어 “종이팩을 재활용하는 것으로 활동을 끝내지 않고, 그것으로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게 연결하고 싶었다”며 “상인들도 자신들의 실천이 다른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데 큰 보람을 느꼈다”고 의미를 짚었다.
채소 가게에서 나온 플라스틱 용기는 세척해 빵집으로 보냈다. 개인 용기를 준비하지 못한 손님도 재사용 용기에 빵을 담아갈 수 있도록 했다. 이후 빵집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용기가 나오면 씻어 다시 채워놓으면서, 참여 상점 사이에 작은 자원순환망이 만들어졌다.
활동에 참여한 일부 가게는 빨대 줄이기 이후에도 오랫동안 관계를 이어갔고, 다른 가게를 소개하며 관계망을 넓혔다. 활동비로 다회용기와 수거함을 구입하고 안내물을 제작했다. 시민 모니터링 참여자에게 활동비도 지급할 수 있었다. 폐현수막으로 장바구니를 만드는 팀처럼 필요한 기술과 경험을 가진 다른 공익활동팀도 센터를 통해 만났다.
최 씨는 공익센터의 지원이 머릿속에만 있던 생각을 실제 활동으로 시험할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냥 ‘쓰레기를 줄여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일을 공익센터 덕분에 실제로 해볼 수 있었다”며 “공익센터는 사업비만 지원한 것이 아니라 홍보와 섭외를 도와줬고, 필요한 활동팀도 연결해줬다”고 설명했다.
가게에서 시작한 실험, 바리바리장터로
한 달간 대구 곳곳의 가게에서 진행한 ‘오늘도 바리바리’는 2022년 5월, 상점과 시민이 한 장소에 모이는 오프라인 ‘바리바리장터’로 이어졌다. 첫 장터의 주제는 기후위기였다. ‘아까와 가게’가 일회용 포장재를 줄이고 재사용을 실천하는 지역 상점의 관계망이라면, 바리바리장터는 대구와 다른 지역 상인들이 모여 하루 동안 일회용품 없는 장터를 만드는 행사다. 판매자는 다회용기와 최소한의 종이 포장재를 사용하고, 시민은 장바구니와 개인 용기를 ‘바리바리’ 챙겨온다.
장터에서는 기부받은 신문지와 다회용기,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를 다시 활용한다. 로컬푸드와 비건 음식, 친환경 생활용품, 중고물품 등을 판매해 시민에게 지역에서 생산한 먹거리와 저탄소 소비 방식을 소개한다. 계획적이고 필요한 만큼만 소비하는 문화를 확산하는 것도 장터의 목적이다. 바리바리장터는 2025년 11월까지 모두 13차례 열렸다. 회차에 따라 5~20개 상점이 참여했고, 적게는 100명에서 많게는 400명가량의 시민이 찾았다.
장터는 물건을 사고파는 데 그치지 않았다. 기후위기와 음식물 쓰레기, 자원순환, 숲, 꿀벌, 이동수단, 대기환경, 주거, 어린이 등 회차마다 하나의 환경·사회 주제를 정했다. 주제에 맞춰 강연과 전시, 놀이, 생활용품 만들기 등 어린이부터 장년층까지 참여할 수 있는 워크숍을 진행했다. 꿀벌에게 편지를 쓰거나 식품 부산물로 만든 제품을 맛보고, 못난이 농산물을 활용해 음식을 만드는 활동도 마련했다. 장터에서 발생한 판매 수익 일부도 매회 주제와 관련된 단체에 기부했다. 음식물 쓰레기를 주제로 삼았다면 관련 활동단체를, 어린이를 주제로 했다면 어린이를 돕는 단체를 지원하는 식이었다.
특히 어린이들은 장터의 손님이자 기획과 운영에 참여하는 주체이기도 했다. 행사 포스터에 들어갈 채소와 동물을 직접 그렸고, 개인 용기에 먹거리를 담으며 일회용품 없는 소비를 경험했다. 최 씨는 “어릴 때부터 이런 장터를 경험한 아이들은 커서도 기억하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환경 문제의 영향을 더 오래 받을 미래 세대인 만큼 아이들이 장터 안에서 직접 참여하도록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활동 과정에서 최 씨가 느낀 점은 모든 사람이 완벽하게 일회용품을 끊기 어렵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시민과 상점이 각자의 조건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작은 변화를 서로 격려하는 사회를 통해 좀 더 나은 변화를 만들길 기대한다. 그는 “막연한 구호보다 빨대를 받지 않고, 용기를 다시 쓰고, 포장재 하나를 줄이는 작지만 구체적인 행동으로 일상을 바꾸고 싶다”고 강조했다.
“내가 오늘 일회용품을 하나 썼다고 해서 실패한 것은 아니에요. 빨대 하나라도 덜 받았다면 그것을 잘했다고 말해줘야 합니다. 죄책감보다 보람과 즐거움이 있어야 활동이 이어질 수 있어요.”
참여 상점들로부터 소정의 참가비를 받지만 그것만으로 장터를 운영하기는 부족하다. 최 씨는 공모사업비 지원 규모에 따라 강연과 체험, 전시 등 기획의 다양한 시도들이 제약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부득이하게 규모가 작아지거나 중간에 쉬는 기간이 생기더라도 장터가 대구에서 살아남길 바란다.
최 씨는 “환경 문제를 알기 전과 후에 제 일상도 많이 달라졌다. 수건을 빨아 다시 쓰고, 찢어진 양말과 이불을 수선하고, 물건을 버리기 전에 고칠 방법을 생각하게 됐다”며 “방법을 알면 다른 사람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구에서 꾸준히 ‘바리바리장터’를 이어가며 더 많은 사람이 쓰레기 문제에 관심을 갖게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출처: <뉴스민> 공익씨앗 3 / 바리바리 최송은